실패의 가장 큰 원인. 애초에 난데없이 ‘종북세력을 척결하겠다’는 불분명한 명분을 내세운 것 때문에 내부에서부터 의문이 생겨났다. 야간에 현장에 투입된 계엄군도 제대로 된 명분이 없으니 강경진압을 하지 않고 적당히 명령만 따르는 선에서 문제가 커지지 않게끔 일처리를 했으며, 기밀을 유지하겠다고 계획 공유도 제대로 하지 않아 계엄사령부 내에서도 포고문만 발표하고 이후에 따로 무언가를 하기가 불가능했다. 또한,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고 멋대로 군경을 동원하여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였기에 사실상 친위 쿠데타라고 볼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정치적 정당성을 상실하여 군경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미수에 그쳤다.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국회뿐만 아니라 언론, 정치권, 사회인사 등의 분야에서 사전에 손을 써두고, 개시할 때 이를 발휘할 수 있었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은 정보가 새어나갈 것을 우려해 여당 지도부는 물론 대통령실 내에서도 긴급 담화 내용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극소수의 참모들만 계획을 공유하면서 제대로 된 준비없이 급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군 부대가 역으로 계엄군을 진압하러 출동할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군단장들을 전원 화상 대기시키고 화상회의를 열지 않는 단순한 방법으로 묶어 놓는 허술한 면모를 보였다. 계엄군이 방송국을 점령하진 않아 계엄 사실이 뉴스 속보로 쏟아졌고, 이상함을 느낀 군단장들은 TV를 통해 계엄령 발동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애당초 군대는 한국 민주화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이나 6월 민주 항쟁 같이 군을 투입해도 일이 더 커진 사건들 때문에 이런 류의 계엄령에서 함부로 움직이기 힘들다. 하물며 그때는 언론을 통제해서 명분이라도 위조했지, 뉴스보다 SNS가 훨씬 빠르고 개인간 소통이 활발한 현대에서 여론 통제는 오히려 더 반발심만 부르기 좋은 행동이다. 2016년 튀르키예 쿠데타 당시 쿠데타군이 방송국을 점령했음에도, 결과적으로 쿠데타에 실패한 이유도 인터넷을 막지 못 했기 때문이다. 또한 5.17 비상계엄 전국확대 조치의 경우에도 최소 2시간 전에는 미국에 비상계엄을 통보했다. 하지만 이번 비상계엄은 미국에 통보하지 않았다. 계엄령을 전혀 통보받지 못한 조 바이든 행정부도 당혹스럽단 반응을 내놨다. 또한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현재 방한중인 상태에서 만약 반정부 시위대를 겨냥한 민간인 유혈사태가 발생했으면 한국의 국제적 입지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극소수의 참모들만 계획을 공유하다보니 국방부 장관과 계엄사령관의 지휘는 일선 부대까지 명령이 제대로 하달되지 못했다. 수도권을 책임지는 육군지상작전사령부, 그리고 예하부대 중 서울과 가장 가까운 수도군단의 장교 등 계엄을 실행하는 간부들은 계엄 선포에 맞춰 부대로 들어갔지만 별다른 임무를 받지 못한 걸로 전해졌다. 또한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은 국회의 일정과 절차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이미 상당수 집결한 이후 계엄군 투입을 시작하면서 시민들을 포함한 계엄반대파가 계엄군 투입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고, 뒤늦게 의사당에 진입한 병력들도 본청(회의장) 바깥에서 대치했을 뿐 국회의원들의 표결 과정에 개입하거나 시민들과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위는 취하지 않아 더 큰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후 국회가 계엄 해제요구안을 결의하고 해당 사실을 계엄군에 통보하자 주요 지휘관들은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어보는 등 군의 동요는 심해진 것으로 파악되었다. 하지만 계엄군의 국회 무력화 시도는 그 행위 자체가 행정부의 입법적 개입인 위헌에 해당하므로 법적처벌의 대상이 된다. 헌법에 개헌 조항 어디에도 국회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고 나와있지 않기 때문.
행정안전부는 계엄령이 선포된 이후 유선으로 정부청사를 폐쇄하라고 지시했으나 일선 지자체장과 공무원들이 이에 반발하고 거부했다.
계엄령이라는 도구를 45년 만에 꺼내오면서 내세운 명분이 북한의 침공도 아니고 그저 국회가 싫다고 국회의원들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해 체포하라는 틀튜브에서나 볼 법한 논리였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종북세력 척결 및 헌정 질서 유지라는 황당한 수준의 계엄령 정당화 논리에 대한민국 국민들의 절대다수는 공감하지 못하고 강력히 반발했으며,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한동훈을 비롯해 다수의 반대파가 생길 정도였다. 이를 넘어 조갑제를 포함한 극우 측에서도 경악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본질적으로 SNS가 발달하고 인간개발지수도 세계 최상위권에, 민주주의지수와 세계의 자유 모두 아시아 최상위권에 자리한 2024년의 대한민국이라는 선진국에서의 계엄령 실현은 대통령 암살이나 북한의 침공 등 국가적 소요사태가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비수도권이나 수도권 외곽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도 정기국회 회기 중엔 서울에 상주한다. 그래서 계엄령 선포 2시간 만에 재적 과반수가 의사당에 모여 빠르게 계엄 해제를 가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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