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월드컵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 vs 멕시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 vs 멕시코

경기 평가

양 팀 모두 답답한 경기력을 보여주던 와중 후반 5분에 대한민국의 치명적인 실수로 내준 한 골이 승패를 갈랐다. 양 팀이 못해서가 아니라 양 팀 모두 수비에 중점을 두고 수비를 단단히 하며 경기하다 보니 공격이 꽉 틀어막혔다. 이로 인해 멕시코는 코너킥 0개를 기록했고, 한국도 경기 막판 롱볼 축구로 완전히 전환한 후에야 코너킥 2개를 얻어내었으며 경기 90분 종료 직전까지 코너킥 0개를 기록하고 있었다. 멕시코는 이 경기 승리로 조 1위와 32강 진출을 확정했으며, 한국은 패했음에도 일단 아직은 2위를 지키긴 했고 조 전체적인 상황만 놓고 보면 조별리그 통과에 유리하지만 그래도 남아공전에서 절대로 패배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을 떠안게 되었다. 4년 전에도 2차전에서 아쉽게 패했으나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고 결국 그 결실을 맺은 만큼, 그때의 좋은 기억을 살린다면 조별리그 최종전을 넘어 토너먼트까지 남은 경기를 여전히 기대해볼수 있었다.

경기 전에도 멕시코의 조 1위가 유력했고 환경 또한 대한민국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했던 만큼 분명히 멕시코의 승리가 정배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멕시코가 잘하는 걸 철저히 봉쇄하고 오히려 경기를 주도했던 시간이 있었던 만큼 충분히 무승부 내지는 승리를 기대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골키퍼와 수비수 간의 커뮤니케이션 실수로 인한 실점 때문에 승점을 따지 못한 점에서 큰 아쉬움이 남았다. 멕시코의 주전 센터백 세사르 몬테스가 전 경기에서 레드 카드로 빠졌으나 전반전부터 후반 40분까지 유효슈팅이 0개일 정도로 공격진들이 매우 답답했고, 후반전에는 조규성, 양현준, 이강인 등이 그나마 좋은 돌파구를 많이 만들어내기도 했으나 골 결정력이 부족했을 뿐더러 결정적 찬스인 40분대에는 상대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라는 불운까지 겹쳐 결국 패배했다. 특히 유일한 실점이 프로 선수에게서는 도저히 나와서는 안 될 어처구니없는 기초적인 실수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뼈아프고 분할 만한 경기였다.

전술 측면

한국은 앞선 체코전에서 가동했던 방식의 빌드업을 다시 시도한 반면 멕시코는 이전 남아공전에서 보여준 전방 압박 기조와 달리, 한국의 빌드업을 차단하기 위해 라인을 내리고 수비 블록을 형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전반에는 멕시코의 11명 전원이 하프라인 아래에서 움직이는 장면이 자주 보였으며, 손흥민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이 침투를 시도할 때마다 게겐프레싱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즉각 압박을 가해 시도를 차단했다. 멕시코의 전략이 최근 대한민국이 보여주었던 손흥민, 황인범 등의 침투를 통한 득점을 완벽하게 차단한 셈이다. 경기 시작 전, 멕시코는 홈그라운드 및 홈팬의 응원을 등에 업고 파상공세를 펼치며 한국의 빌드업 축구를 분쇄할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전반전이 시작되고 초반에는 이러한 전망대로 진행되었고, 한국도 이를 예상하고 대비했기 때문에 철저히 수비하며 손흥민을 통한 역습을 시도했다. 이후 멕시코의 파상공세가 잦아들면서 후방에서 차분히 풀어나가는 지공 위주로 전환되었다.

한국은 빌드업으로 활로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한 뒤,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여 왔던 롱볼 중심의 공격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중원의 백승호를 조규성으로, 손흥민을 오현규로 교체하며 제공권과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을 노리는 구도를 만들었다. 교체 이후 멕시코도 한국의 전술 변화를 의식해 수비 블록을 풀고 전방 압박으로 전환했다. 공격 대 공격으로 양 팀의 전술이 전환되었으며, 후반부에 한국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조규성의 헤딩 등으로 공격적인 모습을 되찾았다. 다만 롱볼 활용을 위해 중원 숫자가 줄어든 만큼, 한국은 역습을 여러 차례 허용했다. 그럼에도 김민재를 중심으로 한 센터백 라인과 김승규의 선방을 바탕으로 위기를 넘겼다. 가장 안타까운 점이라면 선수들의 플레이가 완벽히 롱볼 축구로 전환하는 데 시간이 소요된 점이었다. 그래서 홍명보 감독이 답답해하며 빨리 롱볼 축구로 전환하라고 지시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다만 멕시코의 강한 전방 압박에 선수들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소유권도 잘 지켜냈으며, 뒤쳐질 때도 상대의 내려앉은 틈을 지속적으로 공략해내는 등 8년 전에 비해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 것은 물론, 체코전에서 보여준 좋은 모습들을 대체로 이어나가며 희망적인 요소도 결코 없지 않았다. 멕시코의 파상공세에는 전술적으로 잘 대처했고 선수들의 플레이도 훌륭했으나, 멕시코가 수비적으로 전환해 역습을 노릴 때 그 밀집 수비를 공략하는 데에는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한국 상대로 수비적이고 수세적으로 나올 거라는 예상은 당연히 일반적인 예상이 아니었다. 한국도 여기에 맞춰서 전술을 준비해서 상대가 공세적으로 나올 때는 준비한 대로 경기를 잘 했고, 체코, 멕시코 둘 역시 사람들이 예상한 대로의 공격을 할 때는 꽤 매서웠다. 하지만 이들 팀의 공격을 잘 틀어막은 후 이들 팀이 수비적이고 수세적으로 돌아섰을 때 단단하게 걸어잠근 상대팀 수비진을 어떻게 뚫어낼 지에서 멕시코전은 아쉬움이 많았다.

무엇보다 멕시코는 패스 플레이 중심의 빌드업 축구 경험 및 그런 플레이 스타일의 팀의 공격을 방어해본 경험이 꽤 많은 팀이라 작정하고 틀어막자 한국의 빌드업 축구로는 체코와 달리 수비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후반 32분에 조규성을 투입하며 롱볼 축구로의 전환을 요구했지만 선수들이 플레이를 완벽히 롱볼 축구로 전환하지 않았던 데에는 1점차로 지고 있었지만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잘 플레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후방 멕시코 밀집 수비진을 못 뚫어내고 있는 것만이 문제였을 뿐 그 외에 수비는 잘 유지되고 공격도 계속 하며 경기가 잘 돌아가고 있었다 보니 완전한 전환이 매우 늦어진 것이었다. 분명히 지난 경기에 비해선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나, 두 경기에서 배울 점을 얻어감과 동시에 두 경기동안 보여준 강점을 쭉 유지할 수 있도록 남아공전을 대비한다면 3차전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충분히 기대할수 있다.

선수 측면

이번 경기에서도 손흥민의 역할과 포지션은 매우 애매했다. 멕시코 수비진이 손흥민의 빠른 스피드를 통한 돌파를 경계하고 중앙에 밀집해서 수비를 하는데다 워낙에 중앙에 밀집해 있다 보니 손흥민을 활용하기에 상당히 어정쩡했다. 선발로 나온 손흥민은 57분간 뒷공간 침투를 제외하면 경기장에서 영향력과 존재감을 상실하였고, 결국 별 다른 활약 없이 57분에 이재성과 함께 교체되었다.

결국 체코전과 멕시코전 모두 손흥민 원톱의 딜레마가 드러났는데, 상대팀이 손흥민을 상당히 의식하며 수비를 하기 때문에 손흥민이 상대 수비진을 몰고 다니고 피곤하게 만드는 존재인 건 사실이었다. 문제는 손흥민이 중앙 원톱으로 위치하니 손흥민을 막자고 밀집한 상대 수비는 당연히 중앙에 밀집하게 되었다는 것이고, 이로 인해 한국의 다른 공격 루트도 덩달아 봉쇄되는 효과가 발생했다. 손흥민이 수비를 몰고 다니는 건 좋지만, 그 위치가 하필이면 중앙이다 보니 손흥민이 개인기와 몸싸움으로 그런 밀집 수비를 뚫어내는 스타일도 아니고 덩달아 다른 공격 루트들도 패스 플레이를 통해 중앙으로 향하니 다 막혀버리는 것이 딜레마다. 남아공전에서는 손흥민을 원톱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좌측 윙어로 출전시키는 것도 고려해 볼 문제가 되었다. 손흥민의 선발 출전 자체는 초반에 상대팀이 작정하고 라인 올리고 강하게 압박하며 밀어버리는 전략을 방지하는 억제 카드로 상당히 효과가 좋다는 것은 체코전, 멕시코전 모두 증명되었다. 상대방이 초반엔 거센 압박과 공격으로 밀어버리는 걸 방지하고 상대 수비진의 체력 소진시키는 역할은 잘 담당하고 있지만, 대신 꼭 정중앙 원톱 자리에서 그렇게 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냐는 비판이 있었다.

손흥민 원톱 기용이 논란이 된 결정적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이 수비에 중점을 두며 무리하지 않게 경기를 운영하며 체코, 멕시코의 파상공세를 잘 틀어막자 이들 역시 무리한 파상공세를 펼치지 않아서, 손흥민의 쓰임새가 역으로 붕떠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체코는 높이와 피지컬로, 멕시코는 개인기와 스피드, 몸싸움으로 거칠게 파상공세를 펼칠 거라 예상했고, 이에 대한 대응책이 손흥민 원톱 카운터 전략이었다. 그런데 한국 수비가 상당히 잘 버텨주고 손흥민을 통한 역습이 경계해야 될 만한 모습을 보이자 상대도 무리한 공격 전개를 지속하지 않고 역습을 노리는 플레이로 나서며 수비를 강화하면서 손흥민 원톱이 애매해졌다. 또한 현재 손흥민을 아래에서 보좌해주는 양 윙어의 조합으로는 그의 또 다른 장점인 파고드는 선수들에게 양질의 패스를 넣어줘서 도움을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어렵다.

실제로 이번 시즌 손흥민이 리그에서 득점은 없지만 도움만 9개를 기록하고 있으며 키패스나 빅찬스 창출 능력도 MLS 내부에서 거의 최고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LAFC 역시 홍명보호와 별 다를바 없는 3백에 손흥민 톱 전술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적어도 그쪽의 양 윙어들 즉 부앙가로 대표되는 선수들은 빠른 스피드를 통해 상대를 압박하는 유형의 선수들이기에 손흥민이 파고드는 그 선수들에게로 양질의 패스를 넣어주고 있다는 점이 있다. 실제로 손흥민은 최근에는 도움 능력도 상당한 편에 속하며 대표팀에서도 도움을 꽤 기록하는 편이다. 하지만 지금 대표팀의 양 윙어인 이재성과 이강인은 그런 스타일의 선수들이 아니다. 그러기에 손흥민 원톱 전술이 효과적으로 나오려면 적어도 양 윙어의 조합을 바꾸던가 그것이 어렵다면 비대칭 전략을 통해 윙어 중 한 명이 벌려주고 그 가운데를 윙백이 인버티드 형식으로 치고 들어오는 식으로 공격적 움직임이 보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1-2차전 모두 나오지 않은 좌측 윙백 옌스와 손흥민 원톱 조합을 써보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이 되었다.

김승규 또한 기존의 단점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준수한 빌드업 능력과 발밑을 통해 유기적인 골킥 능력을 몇 차례 보여준 건 좋았으나, 하필 멕시코의 결승골로 이어진 치명적인 실수 하나로 비길 수도 있었던 경기를 기어이 내주었다. 그와 함께 김승규와 부딪힌 이기혁을 비난하는 의견이 맞지만, 뒤가 보이지 않는 센터백에게 콜을 듣는 즉시 옆으로 피했어야 했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고 당연하게도 가장 뒤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할 수 있는 건 골키퍼기에 골문을 비우고 달려나왔음에도 골을 먹힌 김승규의 책임도 컸다. 특히 경기장이 관중들의 함성으로 하도 시끄럽고 홈 팀의 경기여서 더 그 열기가 강했기 때문에 콜에만 의존하는 것은 불확실 요소가 크며, 시야적으로 양쪽을 모두 볼 수 있는 골키퍼 쪽이 올바르게 판단해야 하는 것이 맞다. 게다가 이기혁은 콜을 듣는 즉시 경합을 포기하고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여줬고 김승규의 캐칭도 불안했기 때문에 명백한 골키퍼의 실책이다.

정리하면 멕시코 파상공세를 방어하고 대응하는 전략까지는 좋았지만, 패스 플레이 중심의 빌드업 축구 경험이라면 이골이 난 멕시코가 철통 수비로 내려앉는 경우에 어떻게 뚫어낼지에 대한 준비가 아쉬웠다. 이런 점에서 후반 12분 교체카드가 매우 아쉬웠다. 한 번에 손흥민, 이재성을 동시에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재성만 조규성으로 교체한 후 조규성을 중앙 스트라이커 및 타워로 세워놓고 손흥민을 좌측으로 이동시킨 후 상황 보다가 손흥민을 황희찬으로 교체하는 방법도 있었다. 아니면 굳이 3백이 아니라 4백으로 전환하면서 공격수만 넣어서 중원을 강화시키고 공격적으로 나가는 방법도 있었다. 여러 모로 2014년 월드컵 알제리전과 비교하며 분석할 부분들이 있는 경기였다. 당시 전반전의 문제점은 확실히 성공적으로 잘 보강했지만, 후반전에는 당시에 김신욱을 투입해서 효과를 거두었던 것처럼 조규성을 보다 일찍 투입하고 손흥민을 조규성의 좌측으로 이동시켰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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