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Home » 맥심 코리아 2010년 11월호 표지 후면 – 김창환 [No.089]

맥심 코리아 2010년 11월호 표지 후면 – 김창환 [No.089]

맥심 코리아 2010년 11월호 표지 후면 – 김창환 [No.089]

표지 후면

인터뷰

2010-10-21

미다스의 손, 그가 아이돌과 함께 돌아왔다.

반갑다. 아이돌 그룹을 내놓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SM 엔터테인먼트나 YG 패밀리는 연습생 중에서 잘하는 애들만 뽑아서 그룹을 만든다. 우리는 처음부터 팀을 염두에 두고 사람을 뽑아서 배는 더 고생했다. 마음에 드는 보컬이 있으면 이 친구의 목소리에 맞는 래퍼를 구해야 했고, 이 둘을 뽑아둔 상태에서 화음을 맞출 친구를 찾았다. 우여곡절 끝에 V-92란 팀을 만들어 음반 녹음까지 마쳤는데 막판에 멤버 한 명이 탈퇴했을 정도니 말 다했다.

당신이 너무 구박해서 탈퇴한 건 아닌가?

우리 아이들이 유명해지면 인터뷰에서 나를 “따뜻한 아빠 같은 사람”이라고 말할 거다. 실제로 내가 물어보기까지 했다(웃음). 김건모, 신승훈을 키울 때와 다르다. 그때는 혈기왕성한 시절이라 그들의 잘못된 행동을 용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나도 이해심이 넉넉해질 나이가 됐다.

올해 심장 수술을 받은 후 부드러운 남자로 변신했다는 소문도 있다.

지금까지 내가 뽑은 친구들은 대부분 대학생이었다. 친구 만나고, 술 마시려고 연습을 빠지기 일쑤니 내가 엄해질 수밖에. 그런데 요즘 어린 친구는 학교에 가야 하는데도 연습하느라 밤새기 일쑤다. 자신이 오늘 배운 걸 제대로 소화하지 못 했다고 밤을 새우는 아이에게 무섭게 대할 일이 있겠나?

가수 이정과 비교해도 차이가 확연할 정도인가?

이정도 데뷔할 당시 대학생이었다. 목숨 걸고 열심히 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당연히 지금 어린 친구처럼 밤을 새우며 연습하는 경우도 없었다(웃음).

그러고 보니 이정도 군바리에서 탈출했다. 신보는 언제쯤 만나볼 수 있나?

책이 나올 때 즈음이면 발매됐을 거다. 군대를 다녀오더니 철이 제대로 들었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폭도 한층 넓어졌다. 이번 음반은 이정의 매력이 잔뜩 묻어날 거다.

당신과 이정이 생각하는 음악적 방향이 달랐다는 건가?

언론은 제2의 김건모를 만든다고 이야기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나는 이정을 니요(Neyo)처럼 매력적인 R&B 가수로 만들려고 했다. 데뷔 곡 ‘다시’ 와 2집 타이틀 곡 ‘나를 봐’ 를 부를 때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정은 저스틴 팀버레이크 같은 가수가 되고 싶어 했다.

이정과 저스틴 팀버레이크라니! 내 똘똘이가 박스에 낀 것만큼이나 충격적이다.

내가 봐도 도저히 각이 나오지 않았다(웃음). 그때 이정은 어려서인지 저스틴 팀버레이크처럼 화려한 음악을 하고 싶어 했다. 군대를 다녀와서야 내가 자신을 어떤 가수로 만들고 싶어 했는지 깨달았다.

이번 음반 정말 기대해도 좋은 건가?

물론이다. 둘이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대박을 친 김건모의 1~3집을 만들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김건모가 음반 판매 신기록을 세울 때 돈은 정말 원없이 벌었겠다.

그때는 100만 장은 기본으로 팔았다. 지금의 SM 엔터테인먼트처럼 음반 매니지먼트를 기업화할 수 있단 걸 보여준 게 바로 나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믿었기에 고생한 가수, 매니저와 수익을 나누는 걸 아까워하지 않았다. 당시 우리 회사 보너스가 1,400%였다. 삼성보다 많이 준다는 소리도 들었다. 가수에게 로열티도 최초로 지급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는가?

1,400%의 보너스는 사라졌다(웃음). 당시에는 기업가다운 마인드가 부족했다. 지금에서야 하는 얘기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예전 회사가 세무조사로 공중분해됐다. 그때 신승훈, 노이즈, 박미경 등 대부분의 소속 가수가 회사를 떠났다. 클론만 유일하게 남았다. 당시 공동 경영하던 사람의 잘잘못을 따지고 싶진 않다. 우리 회사가 튀어나온 못처럼 유달리 눈에 띄었던 것 같다. 그때 험한 꼴을 많이 당해서 죽어도 1등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오죽하면 늘 2등만 하면 좋겠다는 말을 달고 살았겠나.

최근에 김창환 사단에 준척급 가수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인가?

채연, 이정은 1등을 밥 먹듯이 하는 가수로 키우고 싶지 않았다. 채연을 살벌하게 홍보해서 이효리랑 라이벌로 엮고 싶진 않았단 소리다. 채연의 2집 ‘둘이서’ 가 히트할 때도 3집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 노래가 안 뜨면 마는 거지. 채연에게 1등 욕심이 없다고 솔직히 얘기했는데 흔쾌히 이해해주더라. 그렇다고 곡을 대충 만드는 건 아니니까. 이정도 1~2집에서 음악적인 방향에서 부딪치기에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게끔 내버려뒀는데 3~4집이 쫄딱 망했다. 이정도 인정했다(웃음).

도라도 닦았나? 너무 마음씨 좋은 사장님 아닌가!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겁다. 내가 하느님의 아들도 아니고 늘 대박 날 순 없다. 사업이 망하거나 힘들게 만든 노래를 부를 가수가 없는 상황이야말로 진짜 슬픈 거다.

하긴 당신은 음악판에서는 더 이상 욕심 낼 일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욕심 낼 필요가 있더라. 지금까지 열심히 활동했고, 히트곡도 꾸준히 냈는데 언론에서 맛이 간 사람으로 취급했다. 채연의 5집 ‘흔들려’ 가 나왔을 때도 JYP, SM 엔터테인먼트 관계자가 노래는 좋은데 채연이 불러서 아쉽다고 말했다. 원더걸스나 소녀시대가 불렀으면 매출 자체가 달라졌겠지. 이게 쇼크였다. 내가 뽑은 가수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서 어떻게든 이 친구를 키우려다 보니 상업적인 생각을 못했다. 틀을 바꿔야 했다. 요즘 가요판은 10대가 잡고 있으니 채연처럼 이모 같은 가수가 흔들 수는 없다. 그래서 아이돌을 키우기로 했다. 이수만 씨에게 “아이돌이 없으니까 회사 운영하기가 너무 피곤하다. 내가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것에 반감을 품지 말았으면 좋겠다” 고 말했더니 자유경쟁 시대니까 괜찮다고 그러더라. 우리 아이들은 소녀시대, 카라처럼 외모 위주의 아이돌은 아니다. 음악적인 색깔이 강하게 묻어나는 그룹이다.

사람들은 이제 그런 아이돌을 원한다. 2NE1처럼 말이다.

우리 아이들이 뜨면 아이돌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질 거다. 이 정도는 불러야 아이돌이란 생각이 들겠지. 가수가 목적이 아닌 애들은 고생 좀 할 거다(웃음). 90년대의 김건모, 박미경처럼 노래와 춤 실력을 모두 갖춰 듣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아이돌을 기대해도 좋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안 그래도 비슷비슷한 아이돌 음악에 질려 있던 참이다.

우리 팀은 S.E.S를 예로 들면 유진이 싱어고, 유진 위에 바다가 아니라 박미경 수준으로 노래를 살벌하게 잘하는 친구가 하나 더 있다고 보면 된다. 이 친구들이 팝송 부르는 걸 들으면 라이브 때깔이 다르다는 생각이 절로 들 거다. 노래하는 친구의 춤 실력 역시 이효리와 비교해도 안 밀린다. 모 아니면 도다. 우리 스타일이 먹힌다면 지금 유행하는 노래들이 모두 허접해 보일 거다.

그날이 오길 기대하겠다. 마지막으로 MAXIM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어설프게 노력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운과 기회는 진정 노력한 사람에게만 찾아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출처

https://www.maximkorea.net/cms/contents_view.php?gocate=%EC%B6%9C%EC%97%B0%EC%A7%84&number=564

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