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오히려 중산층의 재건을 도울 수 있다
내용
1. 수많은 사람들이 AI로 인해 대부분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 하지만 산업화된 국가에서는 일자리가 넘쳐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2053년에 30세가 되는 사람들, 즉 2023년생은 이미 태어났으며 우리는 더 이상 2023년생을 만들수 없다.
대규모 이민정책에 변화가 없다면 대부분의 산업화된 국가에서는 출산율 급감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으로 일자리가 부족해지기 전에 노동자가 부족해질 가능성이 높다.
2. 현재의 많은 고소득 일자리는 비정형 작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하고, 농담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아기 사진에서 성인의 얼굴을 인식하는 것은 미묘하고 복잡한 일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이를 어렵지 않게 해낸다. 이런 작업들을 바로 비정형 작업이라 한다.
인간은 이를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 이해하지만, 그 규칙과 절차를 언어화하라고 하면 굉장히 어려운(일례로, 프로그래머가 로봇이 걷고 계단을 타게 하려면 얼마나 많은 단계, 분기, 예외를 프로그래밍해야 하는지 헤아릴수 없다. 인간은 아주 쉽게 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작업들을 의미한다. 이런 작업들은 컴퓨터로 대체하기 어려운 작업들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살아남고 있다.
3. 하지만 수많은 저임금 일자리 역시 비정형 작업이다.
-> 대표적인 저임금 일자리인 식품 서비스, 청소 및 관리 서비스, 경비, 개인 케어 역시도 비정형 작업이다.
고소득 일자리와 저임금 일자리의 차이점은 뭘까? 바로 그 일을 하기 위한 전문성의 차이다.
종양 환자를 위한 치료 계획 선택, 법률 서류 작성, 팀이나 조직 이끌기, 건물 설계, 소프트웨어 제품 설계, 위험한 상황에서 비행기를 안전히 착륙시키기 등은 규칙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면서도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 규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필요한 업무들이다. 즉, 그 업무를 하려면 그 규칙에 대한 지식을 수년동안 배워야만 하는 일인 것이다.
반면 앞서 말한 저임금 일자리들은 그러한 규칙에 대한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몸 건강한 사람이면 최소한의 훈련만으로도 누구나 할수 있는 일이다.
4. 컴퓨터는 비정형-전문 직업들에게 있어서는 축복이 되었지만, 기존의 정형적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들에게는 재앙이 되었다.
-> 컴퓨터는 엘리트 전문가 작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신의 선물과도 같았다. 컴퓨터는 전문가들이 정보를 획득하고 조직하는 데 드는 시간을 줄이고 그 정보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데, 다시 말해 실제 의사결정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는 전문가 판단의 정확성, 생산성, 철저함을 증대시켜 그 가치를 배가시켰다.
하지만 기존의 정형적 작업을 수행하던 수많은 사무직, 행정직, 생산직 노동자들은 컴퓨터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비정형-비전문 직업들로 밀려났다.
안 그래도 저임금이었는데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자리로 밀려나면서 이들 직업의 임금은 더 하락했다. 즉, 양극화의 심화를 불러왔다.
5. AI와 컴퓨터의 능력은 정반대다.
-> 컴퓨터의 능력은 반복적이고 절차적인 작업을 완벽하게 그리고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실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컴퓨터는 암묵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비정형 작업을 할수 없다.
하지만 AI는 정반대다. AI는 생각보다 팩트와 숫자에 약하다(※챗GPT가 잘못된 정보를 내뱉는걸 본 사람들은 이를 쉽게 이해할듯.). 하지만 AI는 코딩된 절차에 의존하기보다는 예시를 통해 학습하고, 명시적 지시 없이 숙련도를 얻으며, 명시적으로 갖추도록 설계되지 않은 능력을 습득하는 능력이 있다.
음악가로 비유한다면 컴퓨터는 악보에 있는 대로만 연주하는 클래식 연주자, AI는 기존의 멜로디를 바탕으로 즉흥적인 곡을 만들어내는 재즈 음악가와 더 비슷하다.
인간 전문가와 마찬가지로 AI는 형식적 지식(규칙)을 습득한 경험과 엮어 일회성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지원할 수 있다.
6. AI는 추세를 반전시켜줄 것이다.
-> 4에서 내렸던 결론은, 컴퓨터가 비정형-전문적 업무를 하던 사람들에게는 큰 축복이 되었지만, 정형적 업무를 하던 사람들에게는 재앙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5번에서도 볼수 있듯이 AI는 상대적으로 저숙련된 사람들이 기존에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이었던 비정형-전문 업무에 어느정도 다가갈수 있게 해주어 오히려 중산층의 재건을 도울수도 있다.
이는 여러번의 연구결과로 증명된 사실이다. 일례로 초보 상담원은 생성형 AI를 이용하여 수개월만에 숙련된 상담원 수준의 역량을 낼수 있었으며, 이는 경제학적으로 흔히 말하는 생산성 향상에 해당한다.
그러자 상담원의 퇴사율도 감소했는데, 상담원이 빠르게 숙련되면서 고객들의 상담원에 대한 분노가 줄어들어 상담원들의 스트레스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연구결과로 챗GPT는 최고의 작가들에게 더 빠르게 최고 수준의 글을 쓸수 있도록 도와줬지만, 초보 작가들이 더 빠르고 잘 쓸수 있게 도와주었고 그 파급력은 초보 작가들에게 더 강력했다, 즉 최고의 작가와 초보 작가간의 격차가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AI는 해당 업무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 아닌, 업무에 대한 지식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더 저숙련된 사람들이 더 전문적인 업무에 쉽게 접근할수 있도록 해준다.
이렇게 전문성에 더 쉽게 접근할수 있게 된다면, 컴퓨터로 인해 큰 생산성 향상 기회를 얻었던 비정형-전문 직업군의 전문성에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수 있게 되면서 자연스레 중산층의 재건을 도울수 있을 것이다.
7. ‘AI가 저렴한 전문성을 대량으로 공급할수 있다면, 인간의 전문성은 쓸모없어지지 않나요?’
-> 일반적으로 AI는 훈련받지 않은 사람들이 심장에 박동기를 주입하는 것과 같은 고위험 작업을 수행하게 할수는 없다. 하지만 적절한 전문성을 갖춘 노동자들의 레벨업을 돕는데 가장 큰 효율성을 발휘한다는 것이 6번에서 내린 결론이다.
AI로 돌아가는 로봇이 곧 이러한 일을 혼자 수행할 것이라는 가능성, 다시 말해 인간 전문가가 아예 필요 없게 될 가능성을 간과하고 있는 걸까?
AI는 로봇공학의 발전 속도를 높이겠지만 공장과 같이 엄격하게 통제된 환경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실제 환경에서 이런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로봇을 배치하는 것이 실현 가능하고 비용적으로도 효율적인 시대는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내 말이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들리는가? 수많은 빅테크들이 엄청난 투자와 함께 곧 성공한다는 대대적인 선전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이 아직까지 실용화되지 못한 걸 생각해보면 된다.
로봇이 가속페달, 브레이크, 핸들을 조작하는게 어려워서일까? 그건 로봇에게 사소한 일이다. 예측할 수 없는 보행자, 끊임없이 변하는 도로 위의 위험, 궂은 날씨의 세계를 해석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8. ‘트랙터가 배수로 파는 공사를, 공장 라인이 장인의 전문성을, 계산기가 인간 컴퓨터를 대체했듯 AI가 결국 인간의 전문성을 자동화하지 않을까요?’
-> 이러한 급격한 생산성 증가는 고용을 잠식하는 것이 사실이다. 1900년경 미국 인구의 35%는 농업에 종사했지만, 현재 미국에서는 단 1%의 인구만이 농업에 종사한다. 우리가 먹는 양이 줄은 것이 아닌 생산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새로 생겨나는 직업도 있다. 항공관제사라는 직업은 그 누구도 부정할수 없는 전문직이지만, 이들에게 레이더, GPS, 쌍방향 무전기가 없다면 이들은 하늘을 바라보는 것 외에는 할수 있는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기술이 새로운 고용과 새로운 전문성을 만들어낸 것이다.
항공기가 발전하지 않았다면 비행 승무원은, 유전자 가위가 발명되지 않았다면 유전학자는, TV가 발명되지 않았다면 드라마 배우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러한 효과가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분명할 것이며, 사라지는 일자리의 수와 생겨나는 일자리의 수가 같다는 법칙은 없는 것은 사실이기도 하다. 이 대립하는 힘이 새로 겨루다가 무승부를 기록한다고 해도 AI에 대한 전문성이 대체될 노동자들과 새롭게 탄생하는 전문성을 가지게 될 노동자들이 동일할 가능성은 적다.
9. AI로 인한 진짜 위험?
-> 아이러니하게도 AI업계에서조차 이런 말이 들려오고 있다. ‘모두가 전문성을 가지게 된다면, 결국 아무도 전문가가 아니게 되는 세계가 오게 될 것이다’
맞다. 이런 세계에서는 인간의 모든 노동은 일반적이고 차별화되지 않은 노동이 되며, 대부분의 부는 인공지능 특허를 소유한 소수의 사람들에게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전동공구가 업자의 기술의 가치를 떨어트렸는가? 비행기는 비행기를 타는 승객보다 더 뛰어난가? 둘 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단지 그것이 없으면 작업이 좀 더 느려질 뿐이고, 날수 없을 뿐이다.
우리의 기존 능력을 더 빠른 속도와 더 낮은 비용으로 복제하는 것은 사소한 성취다. 가장 가치 있는 도구는 인간의 능력을 보완하고 새로운 가능성의 경계를 연다. 가장 평범한 도구들은 점진적으로 기존 도구의 성능을 능가한다.
우리의 집에 있는 세탁기의 컴퓨팅 능력은 아폴로 우주선의 그것보다 크다. 하지만 이 세탁기가 달에 착륙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AGI가 인류에게 새로운 달 착륙이 아닌 그저 더 나은 세탁기를 제공할 뿐이라면, 우리를 실망시킨 것은 AGI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10. 글을 끝마치며…
-> AI로 인한 로봇 대재앙이 임박했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산업화된 선진국에 일자리는 많고 노동자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쉽게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 문제는 우리에게 일자리가 있을 것인지의 여부가 아니다. 일자리는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게 우리가 원하는 일자리냐다.
운 좋은 사람들에게 일은 목적, 공동체, 존중을 제공한다. 그러나 컴퓨터화가 진행되고 불평등이 만연함에 따라 지난 40년 동안 상당수 일자리의 품질, 존엄성, 존중감이 약화되었다.
AI는 이런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독특한 기회를 인류에게 제공한다. 더 많은 노동자 집단에게 인간 전문성의 관련성, 도달 범위,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다. 이는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의료 및 교육과 같은 주요 서비스의 비용을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너무 많은 노동자와 일자리가 잃어버린 품질, 지위, 주체성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대안적 경로는 AI 개발의 불가피하거나 본질적인 결과가 아니다. 그러나 이는 기술적으로 타당하고, 경제적으로 일관되며, 도덕적으로 설득력이 있다. 이 잠재력을 인식하면서 우리는 AI가 우리에게 무엇을 할 것인지 묻기보다는 우리가 AI로 무엇을 하길 원하는지 물어야 한다.
출처
https://www.pado.kr/article/2024041210278856363
AI는 오히려 중산층의 재건을 도울 수 있다
AI가 반드시 일자리를 없애리라는 법은 없다. AI는 더 많은 노동자들이 전문성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작성자 : David Autor (노동경제학자, MIT 경제학부 교수)
반응 댓글
난 야구도 좋아하는데, AI는 야구에 있어 뛰어난 장구-발전된 훈련방법-좋은 신체단련법같은 효과를 가질 것 같음.
MLB에서 저 세 가지가 발전하자, 투구와 타격의 메타가 모두 바뀌어버렸음. 위대한 선수들은 여전히 위대한 선수들이지만, 평범한 선수들의 질이 급격히 올라가 하위타선도 언제든지 홈런을 칠 수 있게 됐고, 투수들은 선발 불펜 가릴 것 없이 강속구를 더 빠르게 / 더 오래 던질 수 있게 됐음. 이러자 예전같으면 상상도 못할, 팀에서 가장 잘하는 타자를 1, 2번에 박는 타선이 일반화되는가 하면, 선발투수를 길게 가져가지 않고 빠르게 내리고 불펜투수들에게 더 많은 이닝을 맡길 수 있게 됐음.
반대급부로 예전엔 나름대로 가치를 인정받았던, 파워는 떨어져도 발빠르고 타구를 여기저기 뿌릴 수 있는 스프레이 타법을 구사하는 선수들이나 언더핸드, 로우 사이드암, 너클볼러나 스크루볼러 같은 특이한 기술을 무기로 MLB에서 생존했던 선수들은 갈수록 줄어듬.
AI가 일반화된다면, 회사에서도 에이스들은 여전히 에이스겠지만 중간급 직원들의 생산성이 많이 올라오고 과거 에이스들만 가능했던 수준의 일처리가 일반화되고 요구될 것 같음. (특히 클라우드가 아니라 플랫폼 차원에서 AI가 가동된다면.) 하지만 직원 구성은 좀 더 비슷한 유형이 되지 않을까 싶음. 회사에 출근하는 재미는 좀 떨어질 지도..
결국 고소득층(전문가) 중 하위-어중간한 사람들의 소득은 줄어들고
중산층-차상위계층은 AI를 조금만 활용해도 생산성이 올라가고, 인구 자체가 줄어드니 소득이 올라가고.
미시적으로 불행한 사례는 수도 없겠지만, 거시적으로는 소득격차가 줄어들 수도 있긴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