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1995년 6월 6일 표지 – 허준호 (No.0006)
표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영화
상영시간 : 152분
개봉일 : 1995-05-20
누적관객 : 70,735명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등장인물: 정보석(순범), 황신혜(신윤미), 박근형(최영수), 이성웅(개코), 정진수(이용후)
내용
서울 한복판에서 조직폭력단 잔나비파의 두목 전만호가 살해된다. 그의 피살사건이 매스컴을 통해 연일 보도되는 가운데, 반도일보 사회부기자 권순범은 의문의 인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78년 발생한 북악스카이웨이에서의 교통사고에 대해 아느냐는 예기치 않은 질문으로 말문을 연 인물은 전만호의 살해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오창수였다. 그는 전만호의 피살사건이 단순한 조직폭력배간의 세력싸움에 의한 것이 아닌 정체불명의 조직에 의해 자행된 것임을 암시한다. 오창수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순범은 그를 만나기로 한다. 그러나 약속장소에서 순범을 기다리던 오창수는 괴한들의 피습으로 목숨을 잃는다.
여담
1995년 영화로도 나왔으나 흥행에 실패했다. 2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진 제작사 우진필름을 망하게 만들었다. 정보석, 황신혜라는 당시 최고의 스타와 더불어 20억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만들었지만 서울관객 7만에 그치면서 우진필름은 종전에 수입한 영화 몇편을 개봉하곤 1996년 영화사업에서 손을 떼고 문닫았다. 그리고 감독이자 제작자이며 우진필름 대표였던 정진우도 30년 넘게 영화인으로 일해온 베테랑이었지만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영화계를 떠났다…여담으로 옛 씨네하우스 극장이 우진필름 계열 극장이었기에 이 영화도 씨네하우스에서 개봉했다.
일단 원작소설 부터가 희대의 쓰레기불쏘시개인데다가 어설픈 CG와 구성, 연기까지 영화는 뭐하나 내세울 게 없는 망작 쓰레기 영화다. 원작소설을 재미있게 보고 영화를 본 이들이 절망감과 실망을 느꼈다고 악평이 자자했다. 월간 키노는 자위영화나 다를 거 없다면서 엄청나게 악평했으며 평론가들에게 악평으로 폭격맞았다. 당시 진중권은 비평서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에서 김진명을 우익 중에는 특이한 부류라 평했다. 특히 영화를 보고 전형적인 딸딸이 소설이라며 꿈에서 근육질 남정네들이 자위를 하면서 핵, 핵거리는 섹드립(…)을 잔뜩 써놓았다. 굳이 핵만이 아니더라도 국뽕 중독이 상당히 심각한데다 흑인 갱 4명에게 둘러싸인 권순범이 몸싸움으로 그들을 제압하자 그들이 도망치면서 하는 말이 가관… “태권도를 쓰는 놈이다, 도망가자!!” 그 동작 어디서 태권도가 나왔다고;; 또 출연자인 이덕화의 유명 멘트를 패러디해서 “김 주석 핵폭탄 하나, 부탁~해요.”란 드립을 만들기도.
이덕화가 대통령으로 나왔는데, 인터뷰에서 지인들에게 ‘너 그 영화 나와서 뭐하다 왔냐’는 조롱까지 들었다고 할 정도였다. 물론, 이덕화 본인은 이름에 걸맞게 연기를 잘 했지만, 각본이 그 모양이니 소용 없었다.
그 덕분에 김진명 소설들은 그 뒤로 20년이 넘도록 다시는 영화로 나온다는 소식이 없다.
그나마 이 영화의 OST를 맡은 이동준은 다음해인 1996년 은행나무 침대의 OST를 맡아 대박을 치면서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한국에서 OST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다. 지금이야 OST도 음악 장르의 하나로 자리잡았지만, 이 영화가 개봉되었던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영화에서는 OST는 병풍신세를 면치 못했다. 한국의 영화음악가 1세대이며 아직도 현역에서 활동중이다. 아 물론 이 영화 OST는 듣보잡이다. 그저 이동준의 이름없던 시절 참여작일뿐.
1995년에 만들어진 영화인데 보잉747의 조종석(초기형으로 보임)이 드러나며 정보석의 30대초반(…) 리즈시절을 잘 볼수 있기도 하다. 여객기 하이재킹까지 하시는 우리의 보석 아저씨. 악역 전문은 이때부터 다진게 아니었을까
대다수 한국드라마가 그러하듯 군관련 고증은 개판이다. 북한 전투기로 미라주가 등장하는데다 한국공군 전투기랍시고 쓰는 화면은 한국은 커녕 당시 자위대에서 운용하다 1990년대 이후 퇴역한 F-104 였으며 F-16도 한국공군의 라이트 고스트계열 위장이 아닌 이스라엘 공군 도장을 한채 등장한다. 그런데 정작 일본 항공자위대 기체로는 F-1 지원전투기가 등장해서 고증을 얼추 맞췄다. 소가 뒷걸음 치다 쥐잡은 격 나오는 군인들 복장 고증도 개판으로, 대한민국 국군 육해공군 참모총장들이 통합 얼룩무늬 전투복에 토시형 견장을 끼우고 양 어깨에 철제 대장 계급장, 가슴에 약기장과 육해공군 마크, UDT/SEAL 전투복용 명찰(…)이라는 해괴한 패션을 하고 나오며, 살 빠진 김정일이 끌고 나타난 조선인민군도 육해공군 대빵(?)들로 추정되는 장령들 정복이 개판이다.
위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이 영화는 당시에도 엄청난 촬영비인 20억이 투입되었는데 헬기 촬영씬, F-16 모양 전투기 모형에서 미사일이 발사되거나 모형이 미사일에 맞아 폭파되는 씬 등을 보면 제작진이 의외로 세세한데서 돈을 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미를 장식 하는것은 무수단 발사차량과 흡사하게 생긴 예언인가TEL 차량인데 그래도 태극마크(…)는 붙어있다.
이 영화 출연진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극중 박정희와 김정일 역을 맡은 배우들이 연기경험이 전무한 일반인이었다는 점이다. 박정희 대통령 역으로 나오는 이균식(당시 43세)은 서울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이었으며, 김정일역의 김영식(당시 46세)은 서울 장위동에서 선물의 집을 운영중인 자영업자였다. 두 사람 모두 유명인 닮은꼴 공모를 통해 뽑혔다. 그래서 외모는 정말 흡사하지만 연기는 일반인답게 무척 뻣뻣한 편이다. 심지어 박정희 역 배우는 도저히 커버 치기가 힘들었던지 짧은 한두마디 대사를 성우 더빙으로 입혔다.
작중 등장한 일본 각료들의 연기만은 나쁘지 않은 수준인데 문제는 그 사람들 다 한국인이다. 애당초 쓰레기 영화에다 심지어 혐일이 가득한 내용인데 거기에 출연해 줄만한 일본인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밖에도 쟁쟁한 원로배우들이 굉장히 많이 출연했다. 박근형이나 이낙훈, 전무송, 김성원 등. 그 중에서도 이낙훈은 이 작품이 영화로서의 유작이 되었으며 영화 개봉 이후 3년 뒤인 1998년에 지병인 당뇨병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미현 역으로 등장하는 전복연씨는 재미교포 배우 알렉산드라 전이다. 7살때 이민을 가서 한국어 대사는 어색하다. 이후 그녀는 헐리웃에서 히트친 공포영화 쏘우에서 단역으로 출연했다.
이용후 박사 역으로 나온 정진수는 실제로는 서강대영문학을 전공한 성균관대영문학교수이다. 영문학 전공이지만 연기에 대한 애정이 지대해서 후에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를 창설하고 한국 연극협회 이사장까지 역임한 인물이다. 극중 영어 대사 분량이 상당히 많은데 본업이 영문학 교수인만큼 어렵지 않게 해낸다. 여담으로 정진수는 2004학년도 성균관대 수시 전형 당시 귀여니 합격논란이 일었을때 그녀를 옹호하며 소설가 이우혁과 논쟁을 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안기부국장 역으로 나온 홍승기는 실제로는 고려대법학과 출신의 변호사이자 교수이다. 어릴때 아역으로 출연한것을 계기로 연기에 대한 애정이 컸으나 공부 때문에 꿈을 접었다가 변호사가 된 후에야 도전하게 되었다. 아역시절부터 치면 40년 경력에 각종 영화 단역 뿐만 아니라 연극에서 주연도 하는등 꽤 베테랑 배우이다.
중간에 잠실 야구장 씬이 잠시 등장하는데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 구단이었던 LG 트윈스의 응원단과 경기 장면을 볼 수 있다.
1993년이 배경이면서, 일본 총리관저에 이미 사망한 히로히토 사진이 걸려 있는 이유는 아마 딴에는 항일민족영화라고 코스프레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